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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련 이슈들/환경보호실천일기

제로 웨이스트 : 일단은 사지 않는 것부터!

■ 한밤 중, 느닷없이 시작된 쓰레기 탐구

 

모든 가족이 잠든 새벽 2시, 네이프리의 방 안에서는 느닷없는 쓰레기 탐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큼한 음식물 냄새가 올라오고, 방 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튀기는 것을 애써 참으며 하나하나 바닥에 펼쳐보았어요. 쌀포대, 계란곽, 동생이 시킨 배달음식이 담겨온 플라스틱 케이스, 네이프리가 소확행을 이유로 사먹은 맥주캔, 택배가 담겨온 비닐, 그리고 출출할 때마다 뜯었던 라면 봉투까지... 최근 며칠 간 저와 가족들이 버린 쓰레기 중 일부를 살펴보며 저는 혼자 속으로 조용히 읍조렸습니다. '와, 비닐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정말 장난 아니게 나오네...'

 

 

 

■ 제로 웨이스트 운동

여러분께서는 혹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일상생활에서 일절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이나 플라스틱 프리 운동(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사실 저는 이런 운동들이 제 인생과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어제 봤던 ebs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를 보고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어요.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는 분리수거를 통해 플라스틱을 눈 앞에서 처리하면 그게 아무 문제 없이 재활용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분리수거 된 플라스틱 상품 대부분이 애초부터 플라스틱 외의 다른 성분이 섞여있어 재활용 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고 있다고 해요. 또한 플라스틱 상품의 경우 보통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동시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싼 플라스틱 상품을 각종 인건비에 공정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재활용을 해야할 만한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는 딜레마를 내포하기도 하고요. 이 다큐멘터리 중간에는 우리가 눈 앞에서 치워버린 쓰레기가 실상은 국내에서 모두 해결되지 못해 필리핀과 같은 타국으로 보내졌던 사례가 등장하는데요, 필리핀에 보내졌던 쓰레기 중에 제가 만든 것도 있진 않을까 싶어서 부끄러웠어요. 

 

 

 

■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대한 고민의 순간

위 다큐멘터리에 자극을 받아 로렌 싱어와 같은 제로 웨이스트 블로거를 찾아보고, 또 잔뜩 자극받아 한 밤 중에 방바닥에 쓰레기를 펼쳐놓고 탐구를 하면서, 로 웨이스트나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실천하려면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배달음식은 포기해야할거에요. 각종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오니까요. 그리고 책을 구매하려면 직접 서점에 가서 사오거나, 전자책으로만 봐야할 겁니다. 그리고 식료품을 살 땐, 포장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쇼핑앱이나 대형할인마트를 이용하기보단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재래시장에 가야할테고요. 공산품은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포장된 경우가 많으니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1차 재료를 산 후 요리를 해야할테구요.(모든 끼니를!) 튜브에 담겨나오는 치약과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할겁니다.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겠구나 싶은 동시에, 왜 3일만 지나도 집 한 구석에 쓰레기가 가득했는 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모두 쓰레기 생산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소비욕이 폭발해버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제로웨이스트나 플라스틱 프리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소비욕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하여간 네이프리의 물욕은 조금만 방심해도...-.-;;) 각종 식료품을 저장해 놓을 유리병, 채소나 과일을 담을 프로듀스 백, 대나무 칫솔, 코코넛 오일로 직접 만드는 천연 치약, 비닐봉투를 대신하는 실리콘 포장팩 stasher같은 친환경제품들을 검색하다보니 시간이 무섭게 흘러가더라구요.

 

이런 상품들은 분명히 플라스틱과 비닐로 만들어 진 상품들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이미 많은 분들께서 소비자 주권을 실천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계세요. 하지만 네이프리의 경우, 이미 집에 사놓은 물건들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나 플라스틱 프리 운동의 취지를 생각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끝까지 사용하지 않은 채 '친환경' 타이틀이 붙은 새로운 물건을 또 들이는 것은 또다른 소비지향적인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상품들을 모두 지웠습니다. (다만 실리콘 포장백은 곧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각종 요리나 음식 포장을 위해 사용하는 비닐봉투 사용량이 꽤 많거든요ㅠ)

이미 집에 병이 많아서 새로운 병을 살 필요가 없었어요. 잼을 다 먹은 후 병들은 다시 사용할 수 있겠죠!

 

 

■ 네이프리의 <쓰레기 줄이기 도전>, 일단은 사지 않는 것부터!

<제로웨이스트 도전>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지금 당장은 실천할 자신이 없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줄이기 도전>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이미 집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면서, 섣불리 물건을 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식료품을 구매할 땐 집 할인마트나 쇼핑앱을 쓰는 것보단,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가는 것 정도. 이 두 가지가 지금 당장 제가 실천해야 할 당면과제인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