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적하고, 섣불리 가르치려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자존심을 지닌, 인정 욕구가 강한 동물이다. 감히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읽고 있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라는 책에서 '리스너'라는 개념에 대해 접했다. 내 인생에 누군가 내 말과 고충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리스너가 내 곁에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정작 나는 누군가에게 '리스너'가 되어주고 있는가?
얼마 전 좋아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만남 후 그 친구와의 대화를 반추하다보니, 문득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삶에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를 앞에 두고 '리스너'이기보단 '티처'처럼 굴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정말 내 친구를 위한 것이었던 걸까? 단지 나의 허영심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티처'의 입장을 고수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모든 직원들이 기피하는 <지하철 1호선 광인> 부장이 한명 있다. (친구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인정 욕구가 몹시 강하고, 타인을 가르치려 들길 좋아한다. 반항아적 제스처로 타인을 공개 저격하며 존재감을 어필한다. 그러나 정작 실무처리능력은 전무하다. 타인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타인에게 '잘나 보이고' 싶어 하는 성향 탓에 정작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태만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문 앞 벽면에는 이 <지하철 1호선 광인> 부장의 한국화 예술작품 컬렉션이 잔뜩 전시되어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석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니 <우리 직원들이 애국심을 되새기길 바란다>는 메모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일주일 넘게 전시되어 있는 이 작품들을 보며 동료 직원 중 한명이 "이 컬렉션 때문에 사무실에 햇빛이 잘 안 들어와서 싫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하는 것만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타인을 그들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섣불리 가르치려 드는 것. 이 모든 것이 꼰대를 만든다.
나도 사회생활 경력이 어느정도 늘어나며 주관이 나날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내 몇 안 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을 섣불리 가르치려 드는 것은 아닌가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릴 때가 많다. 그때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그게 바로 젊은 꼰대가 되는 길이다.
섣불리 타인을 가르치려 말하지 말자. 귀를 열고 리스너가 되어주자.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남들에게 떠들어대기보단, 남이 하는 말을 호기심을 지니고 들으며 내가 몰랐던 타인의 세계를 탐구하는 모험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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