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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감상/영상물-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 판사도 짤릴 수 있습니다! - 감상문

 

 

부끄럽지만 저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은 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그간 특별한 사고와 얽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사안일하게 살아왔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 판사도 짤릴 수 있습니다! 편에서 <사법개혁>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보며 머릿 속에 경종이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 일상, 그리고 더 나아가 인생을 살아가며 저 또한 얼마든지 법원에 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법원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숙지하고 있어야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제가 이번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판사도 짤릴 수 있습니다! 편을 보며 체크해 둔 다섯 가지 포인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 판사 : 개인의 사적판단이 합법성의 권위로 포장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직업

이탄희 변호사는 해외에서 <판사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둘 중 어떤 경우에 형량이 더 높았을까?>를 소재로 이루어진 실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결과는 이미 눈치채셨듯이, 식사를 하기 전에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줬다고 합니다.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는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죠. 이 실험결과는 판사가 어떠한 판결을 내릴 때는 그때의 기분, 가치관, 윤리의식, 인간관계 등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개입됨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탄희 변호사에 의하면 현재 실질적으로 판사를 징계할 수 있는 방안은 없고, 판사 개개인의 주관적인 윤리의식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판사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나 가치관이 <법원의 판결>이라는 합법성의 권위로 포장된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이 하필 내가 선 재판에서 발생하여 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이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니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 노동현장에서 한 사람이 사망할 때 평균 벌금 액수는 450만원

이철희 변호사가 고 김용균 씨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씀하시기를,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받는데, 이때 평균적으로 450만원 정도의 벌금이 선고된다고 하네요. 즉,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벌금 450만원을 내는 것이 가격 대비 효율성이 더 높은 상황인 것이죠. 이 부분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 인간의 생명이 가격 대비 효율성이라는 경제적인 가치 하에 돈과 저울질되는 이런 상황들이 말이죠.

 

 

■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유시민 씨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더군요. 사실 이 질문은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이 언어능력, 논리력, 추론능력, 암기력을 요구하는 과목을 잘했을 때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목을 잘하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죠.

 

제가 항상 품는 의문인데... 집안일을 잘하는 건 공부를 잘하는 것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건가요? 만약 어떤 학생이 청소, 빨래, 요리같은 일을 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 비해 정말 빠르게 익히고 효율적으로 해낸다면요? 화장이나 스타일링은 어떤가요?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도 안하고 날나리짓한다며 욕먹기 쉬운 분야죠.) 만약 어떤 학생이 타인을 외적으로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메이크업 / 패션 스타일링을 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르고 익히고 효과적으로 이 일을 해낸다면요? 이 학생들은 공부를 못하는걸까요? 대체 '공부'란 무엇일까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공부하는 것만이 공부인걸까요? 우리 사회가 '학습'의 영역을 너무 국한지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법관이 구치소에서의 생활을 실제로 체험해본다면?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 판사도 짤릴 수 있습니다!> 편 방송 말미에 유시민씨가 '판사들이 구치소에서의 생활을 실제로 체험하도록 하면 어떨까?' 하고 가정하는 부분이 나왔습니다. 판사들이 실제로 구치소에서의 생활을 체험해본다면 자신들이 내리는 판결이 한 인간의 삶에 끼치는 무게감이 어떤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유시민씨의 이 가정은 비단 판사 뿐만이 아니라 제 일상생활에도 시사점을 주더군요.

 

요새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일은 잘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물며 타인의 삶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언제부턴가 사회의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인터넷 신문기사 아래에 댓글을 달지 않게 되었습니다. 직접 만나보지도 않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오직 글과 말로 전달받은 정보에만 기반하여 섣불리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말, 내가 쓰는 글. 이 모든 것들이 현실과 괴리되어 피상적인 옳고 그름만을 따지고 있지는 않은 지 항상 경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판사 임용제도 개선 : 인재 영입 다양화

이번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 판사도 짤릴 수 있습니다!> 편에서는 판사 임용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우선 판사 임용후보자는 변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 그리고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크게 기억에 남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저런 방안의 취지에 대해 공감합니다. 판사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들이 얽힌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을 내려 시민 개개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는 직업입니다. 당연히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입장과 처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인권, 환경문제. 이 세 가지를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시민들이라면 당연히 해당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판사를 더 신뢰할 수 밖에 없겠죠 . 

 

유시민의 알릴레오 50화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2c_q_3ZOJ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