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미움이라는 감정
여러분께서는 혹시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아니면 혹시 누군가를 강렬히 미워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을 계속해서 곱씹거나, 자신이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었던 사이다와 같은 말들(그러나 실제로 상대방 앞에서는 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을 혼자 여러 번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저는 사실 신앙적으로는 무교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용서를 이야기하고, 불교에서는 미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라는 말을 하는 것이 몹시 인상적으로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믿는 두 종교에서 위의 내용을 다루는 것을 보니, 미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고, 또 우리를 정말 괴롭게 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네이프리의 이야기
저는 미움이라는 감정에 매우 취약한 사람입니다.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생겨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면, 계속 그 사람과 있었던 일에 대해 곱씹는 몹시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제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좋게 끝나지 않은 지인을 다시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을 땐 평화롭기 그지없던 마음이(사실 미워죽겠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인을 만나고 며칠간 다시 싹튼 미움이라는 감정 때문에 심난해지더군요. 일에 몰두해야 할 때도, 휴식을 취해야할 때도, 가족 및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에도, 무언가에서 영감을 받아야 하는 순간에도 제가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제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미움이라는 감정이 누구에게도 침범받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의 자유를, 그리고 자유를 느끼는 사람만이 영위할 수 있는 일상생활 속 여유를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혜민스님 유튜브 : 용서편, 미움편
이런 미움이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다루는 동영상 두 편이 있습니다. 혜민스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용서와 미움이라는 주제의 동영상 두 편을 보았습니다. 혜민스님은 위 동영상에서 말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함으로써 그 사람들이 괴로워하게 되면 참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미워해도 그들은 전혀 괴로워하지 않으며, 미움을 품고 있는 우리의 마음만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혜민스님의 대답은,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의 행복을 매일 기원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혜민스님 동영상 : 미움편
(https://youtu.be/lA-seGWsnvE)
-혜민스님 동영상 : 용서편
(https://youtu.be/keBer1F-kcI)
사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제가 미워하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해주라니요? 상상만 해도 기분이 불쾌했고, 마음속에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일었습니다. 정말 말로라도 미워하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해주기는 티 끝만큼도 하기 싫더라고요. 그런데 혜민스님도 충분히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지옥을 달리고 있으니까요.
제 마음의 자유와 평온을 위해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행복을 비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서 제가 미워하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했습니다. "그래. 예전에 네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건 그만큼 못 배웠기 때문이야. 너도 잘 몰랐고 또 그만큼 힘든 상황이 있었기에 나한테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이젠 예전보다 좀 더 좋은 환경으로 간다며? 거기선 제대로 된 사람들하고 지내면서 사람 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기 바랄게. 거기선 좀 계몽되기를 바랄게. 인간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때 오는 행복을 겪길 바랄게."
... 뭔가 잔뜩 오만하고 선생질하는 듯한 행복기원이긴 하지만 뭐 어때요?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제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인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서 말하니 분명 마음이 한층 진정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미움에 사로잡힌 마음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그 사람의 행복을 빌자 점차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 미움이라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꾸준한 연습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다면 그리 밉진 않았을 것을.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오는 입장과 생각의 차이 때문에 사람 간에 미움이라는 감정은 너무나 쉽게 싹트고, 한번 자라난 미움이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위의 혜민스님의 시도를 단 한 번 따라 하는 정도로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혜민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정말 매일 해야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하루에 10분씩 시간을 두고 꾸준히 연습해보려고 합니다. 미워하는 사람으로 인하여 제 마음의 평온과 자유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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