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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베이킹수업을 통해 덜어낸 인정욕구

 

깨찰빵. 빵은 숙성과 발효 과정이 있어 과자류에 비해 훨씬 어렵고 복잡했다ㅠ

 

 

요새 평생교육원에서 초급 제과제빵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은 4명의 수강생이 한 조가 되어 함께 빵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매주 조원들과 함께 새로운 과자와 빵 만들기를 배우는 것이 일상에 큰 자극이 된다.

 

제과제빵 수업을 듣다보면 내가 내 직무분야에서는 잘해낼 지 몰라도,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에서는 철저히 쌩초짜라는 것을 느끼며 한없이 겸손해질 수 있다. 밀가루는 이곳저곳에 흩뿌리고, 주걱질을 하거나 반죽을 하는건 서툴기 그지없다. 혼자하면 망쳤을 베이킹을 어떻게든 해내는 건, 나보다 훨씬 베이킹 경력이 긴 다른 조원분들께서 어려운 부분도 능숙하게 처리하시기 때문이다. 

 

 

 

 

만드는 과정을 보니 칼로리 폭탄일 것 같아 안먹었는데 정작 먹은 사람들은 별로 달지 않아 좋다고 극찬했던 초코쿠키..

 

 

베이킹 수업에 조원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내 마음 속의 인정욕구를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면 나보다 스킬이 좋은 조원들이 짤주머니로 반죽짜기같은 세심한 기술이 필요한 부분에서 속도를 낼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맡아서 처리하면 된다. 예를 들면 설거지를 하거나 재료를 가져오고, 계량을 한다. 그러면서 조원분들이 솜씨발휘하는 것을 꾸준히 지켜보며 배워나간다. 공동의 과제가 있을 때 중요한 건 협업이다. 여기서 내가 이만큼 잘한다는 걸 뽐내며 타인과 경쟁하려드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뽐낼 이유도 없고, 아무리 잘나봤자 결과물로 나온 빵이 맹탕이면 망한거다. 제대로 된 빵과 과자를 만들기 위해 나는 이 순간 이 그룹 안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

 

 

나는 본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내가 남보다 잘 해낸다는 것을 타인이 인정해줬을 때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 평범한 인간이다. 내가 종사하는 직군은 개별성이 꽤 보장되기에, 의식적으로 신경쓰지 않으면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만 보느라 타인과 협력을 한다는게 어떤 의미인 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 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베이킹 수업에서 조별활동을 통해 남들이 나보다 까마득하게 잘하는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또 그런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며 내가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보고, 경쟁보다는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갈 수 있었던 것 이 상황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혼자서 일했나보다.

 

 

현대사회에서 자기어필을 하는 것은 중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내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과 협업이 중요한 상황에서도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는데 집중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진 않은 지, 내 생각과 능력에만 포커스를 두느라 타인의 능력과 생각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겸손해 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