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생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요새 스케줄이 바빴던 탓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쳐서 축 늘어져있던 몸을 간신히 추스려서 대충 준비한 후 부모님과 함께 동생의 학교로 갔어요. ^^
동생은 졸업식에 비싼 돈 주고 한번쓰고 말 꽃다발을 사올 필요도 없고, 졸업식에서 사진을 뭐하러 찍느냐며 참 동생 성격에 맞는 실용주의적인 발언^^;을 했는데요. 그래도 동생의 졸업식에 참석하신 부모님 입장에선 남들 다 사는 꽃다발 하나 안 사가는게 마음에 걸리실 수 밖에 없죠. 결국 부모님과 함께 동생 학교 앞에서 화사한 장미꽃다발을 하나 사서 졸업식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동생을 찾아갔답니다. 동생도 그렇게 찍기 싫다던 사진을, 사올 필요 없다던 꽃다발을 든 채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부모님과 함께 찍더군요.
졸업식 예행연습때는 학생들만 있으니 꽃이나 사진촬영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겠지만, 막상 졸업식 당일이 되면 무수히 많은 졸업생들의 가족과 그들의 품 안에 안긴 꽃다발,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사진촬영 현장을 보게 되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런 흔한 광경들을 막상 나는 하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그 미묘한 감정들을 자식이 느끼는게 싫어 부모님께서도 구태여 꽃다발을 더 사가셨던 듯 합니다.
조화는 5천원~만 오천원 사이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생화 꽃다발은 기본 2만원 이상이었어요. 저는 생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결국 일순간에 져버리지만 생그러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생화만의 매력이 있어서요. 집에 돌아온 후 꽃다발은 그대로 제 방으로 들어왔네요 :-)
제가 살고 있는 집에는 꽃병이 따로 없는데요, 꽃병을 새로 사는 대신 집에 있던 커피드립포트를 꽃병으로 활용했답니다. (어제 모던하우스를 갔었는데 꽃병 구매하고 싶은거 참느라 혼났어요. 모던하우스는 예쁜 아이템이 너무 많아요.) 사진 속 꽃병은 제가 2년 전 처음 커피쪽에 입문했을 때 가장 처음으로 구매했던 커피드립포트인데요, 원래는 저 병 위에 스테인리스 커피거름망이 달려있어요. 하지만 혼자서 커피를 내려마시기에는 포트가 너무 커서 커피가 빨리 식는데다, 커피 한 번 내려마신 후 해야하는 설거지가 꽤 번거로워서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되었어요.
하지만 이제 제 용도를 찾은 것 같죠? 꽃다발을 저 병에 꽃으니 아름답네요. 새로운 꽃병을 살 필요 없이 기존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물건에게 제 용도를 찾아주니 기분이 좋네요 :-)
작년에 미니멀라이프를 알게 되면서 상당히 많은 물건을 처분했어요. 저는 이제 일정양의 물건을 유지하고 버리는건 어렵지 않은데, 소비를 컨트롤하는 건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집에 대체품이 있는지 고민하고, 최소 삼일은 고민해보고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면 되는데, 물질들이 주는 즐거움 앞에서 항상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아요. 이 꽃병을 바라보며 소비 습관에 대해 한번 더 점검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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