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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생은 돈과 시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의 연속

인생은 돈과 시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내가 하는 고민의 상당부분은 돈, 시간, 인간관계라는 세 요소 가운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학창시절 선생님들께서는 '돈과 인생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토론수업의 주제로 던지는 것을 좋아하셨다.

아직 어렸던 시절의 나와 학우들은, 이런 주제의 토론이 이루어질 때마다 '돈이 꼭 인생의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답변을 하곤 했다.

'많은 돈을 지닌 부자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해 자살한 사례'는 이런 주제의 대화에서 매번 등장하는 제 1번 레파토리였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에 비해 꼭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법이 있는걸까?

돈과 행복은 그럼 x축과 y축 정 반대 방향에 위치하는걸까?

가난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그럼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인걸까?

평범한 범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한평생 지속됨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정신적으로 삶의 충만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번민을 겪었던걸까?  

 

부모님의 원조하에 경제적인 책임을 일절지지 않던 미성년자 시절, 나의 인식은 현실의 복잡한 문제는 고려하지 못했고 그래서 단호히 돈이 인생의 행복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2. 돈이 벌어다 준 행복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직장에 취직을 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돈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화만 구매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돈은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데 필요한 시간과 경험과 인간관계를 벌어다줬다.

돈이 있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돈이 있으면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한 탐구를 추진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며,

돈이 있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때 베풀 수 있었다.

 

 

3. 돈과 충돌하는 인간관계

어느순간 돈이 시간과 인간관계라는 요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내 시간과 노동을 들여 장만한 이 돈이라는 한정된 자산을, '나'를 위해 쓸 것인가, '너'를 위해 쓸 것인가.

이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러오는 구질구질함을 참아내며 모멸감을 느꼈다.

 

'남'에게는 일절 관심을 지니지 않는 이기적인 개인들이 가득한 사회 속에서,

나를 진심으로 챙겨주고 걱정하는 내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들.

이들이 돈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당당하게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머릿 속으로는 내가 더 손해를 보는건 아닌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나'를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셈을 하고 따지는 내 모습이 보였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챙기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해 빈곤한 노후를 보내게 되었다는 사람부터

믿었던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되돌려받지 못해, 친구도 돈도 잃었다는 사람까지.

인터넷 세상에는, 인간관계를 우선시하느라 돈을 잃고, 그 인간관계로부터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런 이야기들을 알게 될 수록, 내 곁에 있는 이들을 내 머리와 가슴이 느끼는대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을 씌워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지켜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돈은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돈이 인간관계의 행복을 앗아갈 수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돈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채롭다. 돈은 행복도, 불행도, 동시에 불러온다.

 

 

4. 시간이 앗아가는 인간관계 

나도 나이가 들었다.

내가 마냥 평생 의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어른들께서 노화나 병환을 겪으며 쇠약해지셨고 때로는 나보다 작아보이기도 했다.

부고를 접해 장례식장에 방문하는 일이 내 일상에도 종종 발생하게 되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모으면 부모님 모시고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지'와 같은 생각들.

나이가 들어 신체적으로 약해지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과 인지력을 잃어가는 나와 가까운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고,

혹여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사소한 것 하나 그 사람을 위해 더 해주지 않았음에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어떠한 사람도 생로병사라는, 시간이 불러오는 인간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언젠가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세상을 떠나야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임을 매 순간 인식하고 있다면

감히 돈을 우선시하여 내 곁의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게 된다.

 

 

5. 돈, 시간, 인간관계 속 위태로운 외줄타기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돈과 인간관계의 양면적인 모습은 나를 끊임없는 고민에 빠뜨린다.

돈이 벌어다주는 시간과 경험과 인간관계로 인한 행복. 그럼에도 돈을 사람보다 우선시 했을 때 최후의 순간 찾아올 뼈저린 고통.

안정된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행복. 그럼에도 '나'를 중심에 두지 않았을 때 인간관계가 불러올 수 있는 불행. 

수많은 가능성과 변수 속에서, 끊임없이 계산하고 고민한다.

돈과 인간관계와 시간과 행복이라는 요인에 의해 얽히고 섥힌 복잡한 문제들.

이 가운데 균형을 잡지 못하고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을 때, 나에게 찾아올 수 있는 압도적인 불행.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하나의 일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마음 속에서 항상 지켜야만 할 최소한의 원칙이 세워진 것 같다.

 

내가 결정하여 베푼 것이었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보답을 기대하지 않을 것.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이유로 상처를 안겨주지 않을 것.

 

 

이미지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