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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중고판매를 하며 느낀 단상

 

 

오늘 소유하되 사용하지 않던 물건(색연필, 보드게임)들을 20만원어치 가량 중고로 판매했다.

모두 1년 넘게 창고 안에 쳐박혀 사용되지 않던 물건들이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의미있게 잘 활용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파버카스텔 전문가용 120색 색연필

 

 

중고물품을 판매하여 20만원을 어찌 벌긴 했으나, 저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내가 쓴 돈은 20만원 이상이었다.

옛날에 보드게임하는 것, 컬러링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내 취미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고 장비욕심이 강한 성격탓에 무지 많은 게임과 색연필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나는 굉장히 산만한 성격이다. 주변에 너무 많은 물건이 있으면 집중력이 분산되어 뭐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물건을 처분하고 단정해지는 내 공간을 보며 정리정돈을 통해 나를 둘러싼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리고 보드게임은 내가 '물건을 통해 나를 정의내리려하는' 한심한 태도를 지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나는 내향적이고 그리 사교적이지 않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사람'이 없으면 플레이 할 수 없는 물건이다.

즉 나의 성향에 전혀 맞지 않았던 셈이다. 보드게임이 하고 싶으면 가끔 보드게임 카페에나 가면 됐을텐데.

비싼돈 들여 보드게임을 산더미만큼 사놓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어느새 내 관심사가 보드게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보드게임이 나를 대표하는 무언가라고 착각에 빠져있었고, 나는 더 많은 보드게임을 구입하고자하는 소유욕에 불타오르곤 했다. 왜냐면 나는 보드게임을 산더미처럼 지니고 있었으니까...

 

 

애증의 보드게임

 

 

작년에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을 지니게 됐지만 소비를 할 때 지나치게 나 스스로를 억제하지는 않는다. 내 일상을 안락하고 즐겁게 해주리라 생각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소비한다. 다만 물건을 소유하는 것 그 자체에 사로잡히고, 또 물건을 통해 나를 정의내리려하지는 않는지 경계하려 한다.

 

나한테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의 수를 줄이기만 하는데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내 환경을 차지하고 있진 않은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그런 물건은 빠르게 정리정돈하는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그것들이 나에게 일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렇게 정리된 환경과 내 내면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난 나의 변화가 새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