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블로그에 아무 포스팅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제가 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계약한 집에 들어오기 전 이것저것 신경쓸 것도 많고, 에너지도 털리다보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정신이 안나더라고요.
■ 본가에서 독립. 자취를 시작하다
네이프리는 오늘부로 직장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직접 운전해서 편도로 무려 70분. 하루에 꼬박꼬박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운전하는데 쓰다보니 컨디션도 말이 아니었고,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어요. 운동하고 씻으면 훌쩍 밤 10시가 되어있었답니다. 제대로 공부나 독서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어느 순간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조건의 집을 만났고, 덜컥 계약해버린거죠.
■ 나의 무지함을 깨닫다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은 제 무지함에 대해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었어요. 저라는 사람을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거주지를 구하기 위해 알아봐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게다가 생판 초면인 사람들과 철저히 <돈>을 매개로 만나 계약서를 쓰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본가에 거주하며 얼마나 많은 보호를 받고 있었는지, 그동안 독립된 성인이라며 잘난척하던 제가 얼마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 시간, 소유, 관계에 대하여
자취를 시작하면서 저만의 공간과 넉넉한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집을 관리하고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대해 주의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에요. 무엇이든 하나를 얻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관계에 있어서는, <가족>과 거리감이 생기니 애틋함과 애정이 싹터올랐어요. 같이 붙어 있을 땐 섭섭한 점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사람 맘이란게 참 이상하네요. 항상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떨어져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뭔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저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겠죠?
저한테 독립은 소설 데미안에서 말하는, <저를 둘러싼 껍질을 깨는> 선택이었어요. 사실 껍질을 깨지 않고, 안온하게 가족들과 함께 본가에서 살아도 괜찮았을거에요. 통근시간이 오래걸리긴 하지만 또 못할 건 아니니까요. 사실 지금도 내가 자취를 하겠다고 한 게 잘한 선택인가 의문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나중에 본가에 되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처럼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어야 가족과 함께사는 그 미래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자취와 미니멀 라이프
자취를 하는 동안 짐을 많이 늘리지 않으려 합니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살고자 했던 결심을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본가에서 가져왔고, 앞으로도 섣불리 불필요한 물건은 사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이삿짐을 옮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물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어요. 제 하루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달까요? 나에게 필요한 것,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자취를 통해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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