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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 세탁기 없이 지낸 일주일

■ 님이여 가지 마오

독립을 하기 전 제 미니멀 라이프는 '어떤 게 지금 나의 취향인가'라는 질문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찬란히 함께 했지만 이제는 필요 없어진 잡동사니들을 처분하는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고서 제 미니멀 라이프는 생존과 쾌적한 일상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뼈저리게 체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자취를 시작하자마자 그 존재의 부재에 대해 뼈저린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그 물건. 그것은 바로 세탁기였습니다.

 

 

 

 

■ 세탁기 없는 일상이란

개인적으로 제게 세탁기는 냉장고 이상의 필수템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하루에 보통 2끼만 먹는데, 1끼는 직장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니(독립과 동시에 도시락 라이프를 포기하고 구내식당을 선택했어요.) 아침은 냉장고 없이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것들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빨래할 옷은 매일 나오더라고요. 요새처럼 더운 여름 날씨엔 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처음 2~3일가량은 손빨래를 했는데요, 정말 세탁기라고 하는 가전제품이 왜 역사적으로 여성해방의 아이템이라고 불렸는지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 옷을 입기 전 벌써부터 빨래를 걱정하는 그 마음, 한구석에 쌓여가는 빨래 더미를 보며 구슬퍼지는 마음, 축축한 물에 손을 적셔가며 옷을 빨아도 전혀 깨끗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의 그 마음이란...

 

 

최악...

 

빨래를 모아 코인 세탁소를 가져가거나, 아니면 본가에 갈 때마다 빨랫감을 싸가서 빨아온다는 선택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빨래가 마음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매주 주기적으로 빨래를 싸들고 집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해결되지 않은 빨래 때문에 일주일 내내 느끼는 불쾌함과 빨래를 하는데 소비되는 시간으로 인한 일상 속 짜증이 겹쳐서 집이 더 이상 안락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오늘 부모님께서 선물해주신 세탁기가 도착했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손빨래가 힘들다'라고 구시렁거리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부모님께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선물해주셨거든요(ㅠㅠ) 세탁기는 30분 만에 3~4일 동안 쌓여있던 모든 빨래를 해결했습니다. 퀄리티는 제 손빨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