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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련 이슈들/환경 관련 칼럼

쓰레기 :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약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곳이에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이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서 파쇄기에서 나온 종이 쪼가리는 얼마 전에 비운 것 같은데도 금세 50L 쓰레기 봉지를 채워 "띠리리- 띠리리-" 울리는 경고음으로 직원들을 아찔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리고 탕비실에서 나오는 각종 플라스틱 병에 종이컵은 또 어떻고요! 거기에 직원들이 회사에서 택배를 받은 후 버려지는 종이상자도 있었네요. 하루가 끝나면 쓰레기통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습니다.

 

 

3~4일이면 50L 쓰레기 봉지가 가득 차더라고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제가 1년 가량 근무한 이 사무실 안에는 분리수거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종이상자, 캔, 플라스틱병, 일반쓰레기가 뒤섞여 마구 버려졌던 것이지요. 분리수거함을 비품으로 구매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그러려니...' 하는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는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하는게 담당업무인 분이 계세요. 다른 직원들의 프레젠테이션 때 유인물을 인쇄하거나, 각종 문서를 배부하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보조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십니다. 그런데 <업무보조>라는 게, 뚜렷한 직무가 아니기에 그런 걸까요? 이분께서 알고 보니 이 사무실의 환경미화도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계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분께 조금 더 책임감이 따르는 업무를 맡기고, 청소인력은 따로 뽑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사무실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는 이 분께서 관리를 하고 계셨던거죠.

 

 

 

 

무더운 여름날, 유독 많은 쓰레기가 뒤섞여 버려져있었고 드디어 이분께서도 큰 소리를 내셨습니다. 파쇄되어 검은 봉투에 한가득 찬 종이 쪼가리. 끝도 없이 쌓여있는 택배박스.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쓰레기와 플라스틱 병까지. 도무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종이박스>, <플라스틱>, <병/캔>이라고 쓴 종이를 코팅하여 사무실에 뒹굴어 다니던 바구니 3~4개에 붙였습니다. 이젠 이 사무실 안에도 분리수거 코너가 마련된 거죠. 하지만 마음 한편엔 씁쓸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죠? 이게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었다니.

 

 

 

제로 웨이스트나 환경보호 쪽에 관심을 지니고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쓰레기가 그저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고 다 된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주말에 집 안의 쓰레기를 가지고 나가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단지 내에 전 주민이 버린 쓰레기가 모여 무서울 만큼 쌓여있는 것을 보곤 합니다. 이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요? 누가 옮기고, 누가 치우는 걸까요? 심지어 잘 사는 국가는 인건비 문제를 이유로 못 사는 국가에 쓰레기를 수출한다고 해요.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자기가 처리하지 못하는 세상. 누군가 버리면, 누군가는 치워야만 하는 세상.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 많은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분리수거를 잘해야 한다> 정도로는 사람들이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쓰레기가 최종적으론 사람 손에 의해 다시 한번 분류되고, 기업의 이윤을 이유로 분리수거된 쓰레기들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그냥 매립-소각되고, 재활용도 결국은 <다운사이클>이라 최종적으론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쓰레기가 해외로 몰래 수출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 이런 현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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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도 블로그 프로젝트: 환경 관련 이슈들 코너에 환경문제 칼럼 40편 쓰기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