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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감상/영상물-팟캐스트

넷플릭스 <제프리 엡스타인 : 괴물이 된 억만장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제프리 앱스타인 : 괴물이 된 억만장자> 다큐멘터리는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루는 작품입니다. 그는 미국의 자수성가형 부자이고 동시에 추잡하기 그지없는 성범죄자였으며, 2019년도에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어요. 이 작품의 원제 <Jeffery Epstein : Filthy Rich>인데요, 제프리 엡스타인은 정말 Filthy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추잡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다 간 사람입니다.

 

 

■ 심리 조종자 : 성착취 피라미드를 만들다

제프리 엡스타인이 가장 비열한 점은,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의 욕구를 파악한 후 이를 성착취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피해여성들은 모델, 마사지사, 화가 등 꿈을 지니고 있었고, 혹은 가난하고 열약한 가정에서 태어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상태였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피해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기민하게 파악했고, 자신의 자원(돈과 인맥)을 이용해서 자신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거미줄에 걸린 여성들을 강간했어요.

 

 

 

 

제프리 엡스타인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이고 영국 왕자 앤드루와도 친하게 지냈으니 말 다했죠)과 매우 두터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어요. 그는 이런 점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으며, 동시에 자신이 지닌 자원들을 피해 여성들을 착취하기 위해 어떻게 이용할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하자면, 제프리 엡스타인은 팜 비치라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해변가 도시에 살면서, <마사지를 해주면 200달러를 주겠다>는 미끼를 던져 미성년자 여학생들(상당수가 가정환경이 열약했어요.)을 자신의 자택으로 불러들인 후 강간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학생들에겐, 다른 여학생들을 불러오면 한 명 당 200달러씩 더 주겠다고 했고요. 이 피해학생들은 강간을 피하기 위해, 혹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여학생들을 제프리 엡스타인의 집으로 끌어들이게 되었습니다.

 

 

앤드루 왕자와 엡스타인

 

이렇게 성착취 피라미드가 형성되었고,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한 피해자의 수는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역겨운 점은,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사회 고위층들에게 피해 여성들을 성 상납시키기도 했어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도 성상납을 받았는데,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공식석상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 피해를 인정받는데 걸리는 시간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사건이 작년 2019년도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법정에서 다뤄졌다는 사실이 저를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피해자들 중에는 이천 년대 초반(2010년 이전)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피해자들도 그동안 제프리 엡스타인을 고발하려고 했지만, 제프리 엡스타인은 돈과 인맥을 바탕으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후 법망을 피해 다녔어요.

 

 

심지어 당시 검사였던 어코스타와 협상하여 형편없이 가벼운 형량만 받기도 했었고요. 노동형이 면제된 13개월 구금. 그러나 감옥 바깥으로 돌아다녀도 아무도 제재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리고 제프리 엡스타인의 고급 인맥들은, 그가 사회에 복귀했을 때 너무나도 빠르게 그를 수용해줬죠.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어코스타 검사는 트럼프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이었으며,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이 터지자 사임했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작년에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후 자살했는데, 자살하기 이틀 전 전 자신의 모든 전 재산을 남동생에게 상속했습니다. 이 탓에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기도 어려워졌고요. 사람들은 제프리 엡스타인이 피해자들을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죽을 때까지 반성하지 않았다는 거죠.

 

 

미국에선 그가 자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그에게 성상납을 받았으리라 추정되는 사회고위층이 많거든요 

 

제프리 엡스타인은 그렇게 많은 죄를 짓고도 돈과 인맥 덕택에 오랜 기간 뻔뻔하게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던 여성들은 <창녀> 라느니, <돈 때문에 친구들을 팔아넘긴 포주> 같은 사회적인 비난과 내면의 죄책감 또한 감내해야만 했어요. 정작 제프리 엡스타인은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반성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인정받는데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요. 이 다큐멘터리에서 2019년이 언급되는 걸 볼 때마다, 권력을 지닌 범죄자의 추악한 욕망과 주변인들의 방조 하에 이런 성범죄가 십수 년을 넘어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다는 사실이 참 입맛을 쓰게 만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