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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디지털 미니멀리즘 : 고독이 주는 힘

오늘은 제가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도전한 지 벌써 6일 째입니다. 오늘 회사에 연차를 낸 네이프리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스라밸 앱(smartphone life balance)을 켜고 저녁 6시까지 핸드폰을 잠금모드로 설정해두었어요.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다보면 저자가 고독함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인지, 정서상태에 주는 효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핸드폰을 잠금모드로 설정해두었으니 사실상 하루종일 핸드폰을 잠금모드로 해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생각보다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자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우리를 좀먹고 있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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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이 빼앗아 간 고독

케슬리지와 어윈이라는 학자에 의하면, 고독은 환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즉, 고독이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타인이 들어오지 못하는 혼자만의 공간에 있더라도, 나의 의식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사로잡혀있다면 그것은 고독한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은 항상 우리와 함께하며, 너무나도 쉽게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성적인 고독 결핍에 시달리고 있어요. 인간이 본디 사회적 동물이라고는 해도,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어있는 것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고독한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고독이 주는 힘은 무엇일까요? 고독할 때, 즉 우리의 정신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우리는 천천히 사색에 잠기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고심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으며, 외부자극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이런 내적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지니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시간을 들여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해 불안함이나 초조함이라는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 오늘 네이프리의 핸드폰 사용량은?

 

 

16분! 최단 사용기록이네요.

 

 

 

■ 오늘 네이프리가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즐긴 여가생활은?

1. 핸드폰없이 공원을 산책하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사색에 잠기기

2. 포트넘 앤 메이슨의 로얄블렌드 홍차를 마시며 최예선 작가님의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 책 읽기

3. 블로그에 글쓰기

 

 

■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6일 째 도전하며 느낀 점은?

오늘 병원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일부러 핸드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항상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며 걷던 길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병원에서 볼 일을 마친 후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는데요, 제 머릿 속이 최근 겪었던 일들과 만났던 사람들을 회상하며 곱씹느라 가득찬 상태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자주가는 공원에는 문화유적지로 지정된 조선시대 고택이 있는데요, 이 고택을 들어가 돌아다니던 중 대나무로 둘러쌓인 안마당을 발견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겨울의 시린 향기를 맡으며 그 순간에 집중하다보니, 쉴 새 없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제 두뇌가 침착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순간에도 두뇌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과 상념이 쉴 새 없이 떠오르고 우리의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마음이 시끄럽다는 것은 고독한 순간에만 직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 속 소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정기적인 고독의 시간을 마련하지 않고 그저 핸드폰이 주는 자극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제 마음은 정돈되지 않은 동요와 혼란으로 가득 찼을거에요.

 

얼마 전 지인과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지인이 저한테 섭섭해 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안 저는 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지인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전화를 받다가 결국엔 제가 싫어할 말을 내뱉더군요. 그 말 한마디가 며칠 째 제 마음 속에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공원을 고독히 산책하면서 지인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가라앉혔고, 저 또한 앞으로 제가 화가났다는 이유로 절대 상대방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화가 풀린 다음 저는 제가 한 말과 행동을 잊을 수 있으나, 상대방은 저의 말과 행동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