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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디지털 미니멀리즘 : 노트북으로 핸드폰 중독 벗어나기

오늘은 제가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도전한 지 벌써 1주째가 되는 날이에요. 혹시 제가 디지털 세계와 전혀 상관없는 수도승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고백합니다. 저는 일상에서 여전히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이북리더기를 사용해서 책을 읽고요, 노트북으로 예능, 시사프로그램, 유튜브 채널도 보고, 물론 디지털 딴 짓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절 접근하지 않고, 쇼핑은 노트북으로만 하고 있으며, 밖에 나갈 때 핸드폰을 종종 집에 놓고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일주일 동안 생긴 가장 큰 변화에요:-)

 

 

■ 노트북으로 핸드폰 중독 벗어나기

칼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어떤 기술을 내 일상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면 그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엄정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규칙이 핸드폰을 쓰는 대신 시간을 정해두고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위한 방법으로 노트북 사용이 언급되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핸드폰 대신 시간과 목적을 정해두고 노트북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요, 며칠 시도해보니 기술이 주는 유용한 점은 취하되 덜 산만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전자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우리를 좀먹고 있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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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은 아무래도 핸드폰에 비하면 느리고 불편해요. '쇼핑'을 예로 들어서 설명할게요. 저는 예전에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거리며 몇 시간이고 핸드폰으로 쿠팡 앱 들여다보는게 취미였는데요, 평상시 어떤 상품을 사고 싶다고 마음이 들었을 때 스마트폰을 든다-앱을 켠다-(자동)로그인-페이지 상단의 로켓배송상품 고르기-(이미 연결해둔 카드로) 결제 이 모든 과정을 2분 내에 끝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노트북으로는 일단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낸다-노트북 전원을 켠다-노트북 계정에 로그인한다-웹 브라우저를 연다-쿠팡 사이트에 들어간다-쿠팡에 로그인을 한다-상품을 고른다-결제한다.. 아무래도 훨씬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서 네이프리는 노트북으로 쇼핑하면서부터 즉흥적인 소비를 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어요.

 

노트북은 스마트폰에 비하면 한 가지 활동에만 몰입하기 좋다는 점도 장점같아요. 사실 공부한다고 책 펴놓고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으로 sns도 확인하고,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쇼핑도 하고, 시간도 확인하고, 음악도 듣고, 검색도 하고, 커뮤니티도 들어가고... 집중력이 분산되기 정말 쉽잖아요? 하지만 노트북은, 차라리 모든 집중을 노트북 기반 활동으로 돌려서 그 활동에 집중하면 했지, 핸드폰처럼 끊임없이 이 앱도 저 앱도 산발적으로 건드리면서 정신산만하게 행동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 네이프리의 핸드폰 사용시간은? 

오늘은 핸드폰 사용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노트북으로 오전 3시간 내내 제가 좋아하는 홍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에도 나중에 핸드폰 금단현상에 시달리다 폭발해서 예전처럼 되돌아가는 것을 막으려면 적극적으로 디지털 딴 짓을 할 시간을 따로 떼어두라고 나와있기에 오늘 오전을 바로 그런 시간으로 삼기로 하고^^; 그대신 오후에는 디지털 딴 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책을 읽었습니다.

 

 

 

■ 오늘 네이프리가 핸드폰을 하는 대신 즐긴 여가활동은?

1. 스타벅스에 가서 차이티라떼를 마시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목표세우기

2. 공원에서 산책하며 내 주변 나이든 여성들의 삶이 관습적 제약으로 인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생각해보기

3. 블로그에 글쓰기

 

 

■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7일 째 실시하며 느낀 점은?

오늘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어요. 핸드폰은 집에 던져 놓고 이북리더기, 노트북, 필기구만 들고 나갔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맨날 걷는 집 주변의 길이 핸드폰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다르게 와닿았어요. 예전에는 항상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며 걷느라 이 길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했었나봐요. 

 

스타벅스에서 차이티라떼를 마시며 책을 세 시간 정도 읽었어요. 예전에는 책을 읽으러 카페에 가도 스마트폰때문에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 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노트북으로는 스타벅스 원두에 대해 10분간 검색하고, 또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10분 간 검색한 게 전부였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여성에게는 오백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요.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자신의 재능을 틔워보지도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써야하고,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이 없으면 가족에게 간섭을 받거나 혹은 가족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사색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이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100년 전에 쓰인 글이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울림을 주더군요.

 

저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은퇴한 다음에도 평온한 일상과 지성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이는 모두 경제력 자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40살쯤에는 글과 강연을 통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춰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어요. 물론 재테크 공부도 몹시 중요하지만요:-) 현재의 저는 '물리적인' 자기만의 방은 이미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정신적인' 자기만의 방을 꾸준히 지켜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바로 블로그입니다. 저는 외부의 자극이나 타인과의 갈등을 곱씹으며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컨텐츠가 구축되면서 저 스스로의 삶과 생각에 보다 집중하게 되고, 제 정체성이 보다 확고해지는 걸 느껴요. 2020년도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정신적인 자기만의 방을 지켜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