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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감상/독서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타인의 평가를 개의치 않는 삶

친구가 선물해 준 꽃다발이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최근 온라인 활동을 하시면서, 사람들이 예전처럼 단 하나의 직장에만 올인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뚜렷하게 느껴지지는 않으셨나요?

 

유튜브나 블로그, 그리고 클래스101에 개설된 강의를 쭉 보다보면 많은 분들께서 직장말고도 재테크, 창업, 컨텐츠 제작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이를 실제적인 수익으로 연관시키고 싶어하시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네이프리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재테크컨텐츠 제작이라는 주제에 해당되는 글은 관심있게 읽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저서에 대해 언급하는 글을 유독 많이 만나게 되어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책이 많이 언급되는 건 물론 페미니즘 쪽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지만, (여성) 창작가에겐 연간 500파운드라는 안정적인 수익(경제력)과, 사색과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메세지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창작가들에게도 어떠한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우 행복하게도, 네이프리는 이 책을 공짜로 읽어볼 수 있었어요. 알라딘에서 천 원짜리 적립금 쿠폰을 발급받았는데, 이 책의 이북이 무려 990원에 판매되고 있더라구요! 최근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도전하고 있는 네이프리이지만 정말 그 순간만큼은 기술이 주는 혜택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전자책] 자기만의 방 -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문을 연 수필집!br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을 담론화하다brbr“역사에 걸쳐 여성은 익명의 존재였다.” _버지니아 울프brbr이 책은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www.aladin.co.kr

 

 

이 책의 말미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창작자들에게 타인의 평가에 꺾이지 말라고 외치는 부분이 나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1900년대까지만해도 많은 여성 창작자들이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는 사회적 관습과 이에서 비롯된 타인의 맹렬한 비난에 의해 펜을 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네이프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 외침이, 창작의 영역뿐만이 아니라 제 일상의 영역에서도 생각해봐야하는 것들에 대해 일깨워주는 듯 했답니다.

 

 

 

'한 성과 다른 성을 경쟁시키고, 한 자질을 다른 자질과 대립시키며, 우월함은 제 것이라 주장하고 열등함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이 모든 행위는 인간존재의 단계로 보면 십대 수준에 속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는 '편'이 있습니다. 한 편이 다른 편을 이겨야만 하고, 연단으로 올라가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건네는 화려한 우승컵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이지요. 사람이 성숙해지면 편이나 교장이나 화려한 우승컵 같은 것을 더는 믿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이 '이 위대한 책'과 '이 쓸모없는 책'이라는 두 이름으로 불리지요. 칭찬이나 비난이나 아무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평가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오락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어떤 일보다도 더 쓸모없는 일이며, 평가하는 사람들이 정한 법칙에 굴복하는 것은 더없이 비굴한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 글이 몇 세대에 걸쳐 가치가 있을지, 아니면 단지 몇 시간 동안만 빛이 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에서 발췌

 

 

 

버지니아 울프의 외침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삶에 대한 가치관과 현재 처하신 상황이 모두 다르니, 위 문단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의 결을 품으셨을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아래에서는 네이프리가 위 문단들을 읽으며 떠올렸던 상념들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

 

 

네이프리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벌써 칠 년 째입니다. 제가 어린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도덕관이나 마음에 품었던 이상과는 달리, 사회는 잔인하게도 학벌, 학위수준, 사는 집, 직급, 재산, 인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성취와 같은 외재적 자산에 근거하여 사람을 평가하고 격을 나누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외재적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을 대할 때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네이프리는 유독 이런 풍조가 강한 조직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제 성과를 포장하고 드러내는데 집중하며 타인의 평가에 매우 예민하게 굴곤 했답니다. 마치 제 정체성이 타인의 인정에 달린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 일은 결코 진정성을 지닐 수 없다는 깨닫게 되었어요. 주객이 전도된달까요? 타인의 인정을 갈구했던 딱 그만큼, 예전에는 그 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순수한 의미와 즐거움을 잃게 되었습니다.

 

남은 건 타인에게 인정받겠다는 집착에서 만들어 진, 허황된 미사여구로 가득찬 보고서 뿐이었어요. 이건 차라리 오직 돈을 목적으로 일했을 때보다도 수준이 떨어지더군요. (아니, 이런 비교는 자신이 돈을 받는 만큼 책임을 다하며 건전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인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 직무와 관련하여 직장 선배 A가 강의하는 것을 보조강사로서 도와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의를 알선하셨던 B라는 매니저분이 보시기엔 제 사회적 자산이 너무 부족해 보였나봅니다. 저서를 낸 것도 아니고 대학원 학위도 없으니까요.(허허...) B님이 저를 스윽- 스캔한 후 얕잡아보는게 그 분의 말과 행동에서 느껴졌고, 저 또한 B님이 저를 스캔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캔했습니다(!) 저리 뻔히 행동하시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달까요? "아, 지금 날 그런 이유로 평가하는구나. 알았어! 당신 그런 사람이구나!" 예전같으면 억울해서 어쩔줄 몰라했을텐데, 이번엔 아무 타격도 입지 않은 걸보니 네이프리도 많이 컸나봅니다.

 

 

Difference(차이), Independence(독립), Autonomy(자율성). 네이프리가 가장 좋아하는 영단어 TOP3 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성향과 생각을 지니고 있고, 모두 다른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이걸 인식한 이후로는 타인을 섣불리 평가하지 않으려하고, 저 또한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는 것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