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은 제가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운영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의 저는, 미니멀 라이프나 환경문제에 대해 말로만 이야기하고 정작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직접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는 제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며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블로그에 제 일상이나 생각을 다룬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어떤 콘텐츠에 대해 글을 쓸지 고민하고 글을 쓰는 것이 낯설었지만 해내고 나면 성취감이 있었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티스토리 이웃분들과의 교류도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난주 굉장히 얼떨떨하고도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에는 평균 20명~30명 내외의 분들께서 방문해주시는데, 어느 날은 티스토리 통계 창을 열어보니 갑자기 하루에 천 명이 넘는 분들께서 오신 것으로 통계에 잡히고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다음 메인에 제가 썼던 제로 웨이스트 : 일단은 사지 않는 것부터!글이 노출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은 꽤 오래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었고, 제가 올린 여러 글 가운데 이 글 하나만 조회수가 3,500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쓴 글에 담긴 나의 경험과 생각을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어보았다는 것.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리는 행위가 지금과는 다른 결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제 인생에서 저의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강원국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 마음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문장은 단연 서론에서 강원국 작가가 '투명인간으로 살지 않으려면 내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리베카 솔닛이 책 '여자는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 이야기한, 약자들에게 늘 강요되는 침묵과, 디즈니 영화 알라딘 속 등장인물 자스민이 'I won't be silenced!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래)'라고 외친 speechless와도 결이 닿는다고 느꼈습니다.
한 개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에서 맺게 되는 관계에는 엄연히 사회적 관습, 나이, 직급, 갑을관계, 타인의 눈초리와 같은 듣기만 해도 피곤한 것들이 항상 뒤따릅니다. 이를 거스르며 감히 나의 목소리를 내어 말했을 시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이미 몇 차례 경험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됩니다. 침묵을 강요당하게 되죠. 그리고 사회는 침묵을 강요당하여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투명인간처럼 취급합니다.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고,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니까요.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처음에는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위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저의 생각을 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저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로 인해 때로는 억눌리고, 때로는 잊혀지기도 하는 제 자신 본연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라는 표현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이 표현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될 듯도 합니다. 글을 통해 저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저만의 권리니까요.
'컨텐츠 감상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활동의 묘미에 대한 두 편의 글 (44) | 2020.03.10 |
---|---|
부의 추월차선 : 예전 직장이 틀리고 내가 옳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면 (21) | 2020.03.06 |
부의 추월차선: 알폰스 무하가 실천한 영향력의 법칙 (16) | 2020.02.29 |
강원국의 글쓰기: 지적하는 사람, 칭찬하는 사람 (28) | 2020.02.21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타인의 평가를 개의치 않는 삶 (22)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