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저는 최근 블로그 운영에 재미를 붙여 덩달아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를 읽고 있어요. 오늘은 이 책에서 '아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글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파트를 읽던 중 몹시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
1989년 아내와 결혼했다. 다른 것은 모르겠다. 분명한 것 하나는 아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중략)... 아내 덕분이라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아내는 늘 칭찬한다 내가 아는 나는 60점에 불과한데, 아내는 나를 80점으로 치켜세운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지레 겁먹었을 뿐이라고, 노력하면 충분하다고. 나를 60점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보면 아내는 화를 낸다. "강원국을 어떻게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자신이 잘 쓴다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즐기며,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질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질책과 칭찬 비율이 8대 2, 적어도 7대 3 정도 된다. 지적이 상사의 의무라는 생각으로,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더 윗사람에게 지적받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문제점을 찾는다.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강원국 작가는 이 파트에서 아내의 끊임없는 칭찬 덕에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합니다. 칭찬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잘하고 싶고,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을 자신의 더 나아진 글을 통해 더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맘이 들었다면서요. 그리고 동시에 칭찬보다는 부하직원들의 못한 점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된 우리나라의 직장문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리죠. 이 부분을 읽어보니 절로 제 직장생활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 별명이 '깐깐 대마왕'인 상사가 한 분 계셨습니다. 별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으시겠지만, 부하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혁신적인 성과를 내도 그걸 칭찬해주기보단 옥에 티를 찾아내고 지적하는데 더 집중하는 분이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온 힘을 다해 꼼꼼하게 따졌고, 마침내 결점을 찾아낸 후 부하직원들을 지적하고 가르치는 것에 상사로서의 소명과 책임의식을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국문과였던 그분이 가장 많이 지적했던 것은 바로 맞춤법! 물론 맞춤법도 중요하지만, 그분의 경우 사람들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사소한 것까지 파고드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네이프리 또한 지적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번거로워하던 업무를 간소화하는 기획안을 제출하여 회사 전체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 상사분께는 지적만 당했습니다 ^^; 제가 작성한 기획안에서 맞춤법이 거슬리는 표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표현이 맞춤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 위해 다른 국문과 직원을 직접 찾아가는 걸로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데서 제 기획안 맞춤법을 주제로 토론까지 하셨던 그분의 모습에 저는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 '깐깐 대마왕' 상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배드 엔딩이었습니다. 타인을 섣불리 지적하는 그 습관 때문에 부하직원들을, 최종적으로는 자기 위의 상사까지 적으로 만들었고, 결국 동기들이 모두 승진했을 때 혼자만 좌천당했습니다.
인간은 지적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지적을 통해 성장하고 자기 발전을 이룩하는 훌륭한 성품을 갖춘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적을 당하는 것보단 칭찬을 듣는 게 더 좋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 특히 나이가 30살쯤 넘어가 어느 정도 사회생활 짬밥이 차면 이미 나름의 자아정체성과 주관이 뚜렷한 인간입니다. 타인의 지적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네가 뭔데?' 싶어 지는 거죠.
직장생활을 한 해 한 해 버티다 보니 네이프리도 어느새 경력이 꽤 쌓여 더 이상 신입이나 저 경력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점점 저보다 경력이 적거나 나이가 어린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제가 존경했던 분들은 저를 존중해주고 섣불리 지적하지 않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지적을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있을 땐, 제게 조심스럽게 말하며 제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했던 선배들이 저를 존중했듯이, 저도 후배들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날카로운 시선과 논리적인 언변으로 타인을 지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으로는 타인을 감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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