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사회초년생 시절, 네이프리는 인생에서 몹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업계 내에서도 악명 높기로 소문난, 매우 부패한 조직이었습니다. 절대 작은 규모의 회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적 마인드를 지닌 단 한 명의 사장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뒤엎어지는 곳이었죠. 진실은 NO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않는, 눈 뜬 장님들만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아직 미숙하여, 일상의 영역과 일의 영역을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생활에 적응하기에도 바빠, 일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를 잘 몰랐습니다. 일의 영역과 개인적인 삶의 영역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퇴근한 후에도 직장에서의 일로 머릿속이 가득했습니다. 직장에서 끝냈어야 할 일을 집으로 가져왔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했습니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끝도 없이 곱씹었습니다. 직장에서 한 번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인생이 억울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장이 제 인생의 전부였기에,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은 제 인생을 위협하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이 싫어졌고 몸이 아파왔습니다.
작년에 훨씬 좋은 근무환경을 갖춘 회사로 이직을 한 후, 직장이 아닌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파운드케이크와 스콘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제가 즐기는 홍차와 커피에 직접 만든 티푸드를 곁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한 달간 글을 쓰며 나름 '블로거'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회사는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경제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일부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재테크나 직장인 부업에 관련된 정보들을 탐색하며 나름의 경제관을 수립하고 나니, 경제적인 영역에서조차도 회사가 전부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삶이 다양한 빛깔을 품을수록 회사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음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마음관리가 미숙하여, 회사의 일과 인간관계로부터 받은 자극을 퇴근 후에도 계속 곱씹으려 하는 습관만큼은 완전히 고치지 못했습니다. 짜증이나 분노와 같은 나 자신을 해치는 감정이 때때로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칩니다. 그리고 타인을 섣불리 비난하고자 하는 못된 마음이 금세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은 그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고대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일기인 '명상록'에서 죽음에 대해 유독 많이 언급합니다. 그는 '명상록'에서,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지금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일이나 사람들은 떠오르지도 않을 것인데 왜 그런 문제에 골몰하느냐고 이야기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제 안에서 잊혀 떠오르지도 않을 그런 일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저의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를 둘러싼 물건뿐만이 아니라 내 안의 불필요한 감정들도 덜어낼 줄 아는 미니멀리스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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