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펼쳐 든 첫 챕터
저는 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평상시 관심 있는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 환경보호 계통의 책을 알라딘 앱으로 열심히 검색하던 중, 이세미 씨가 집필한 아날로그 살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라딘에서 나눠주는 이북 대여 쿠폰을 사용하면, 이 책을 3천원 선에 대여하여 읽어볼 수 있더라고요 :-D
이 책은 저자 이세미 씨가 일상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살림살이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목차를 보면, 각 챕터가 아이템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어요. 사실 목차만 봤을 땐 이 책 또한 겉으로는 미니멀 라이프나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사실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이런 부류의 책들은 말로만 미니멀 라이프를 내세울 뿐 실제론 무인양품이라는 기업을 홍보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챕터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이 편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저자 이세미 씨의 환경과 건강에 대한 사유가 너무나도 감명 깊어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겼답니다 :-D
■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살림살이 고르기
...여러 식품 회사에서 달고 짭쪼름한 게 맛도 있는데 전자레인지 한 번 돌리면 꽤 근사한 한 끼가 되는 레토르트 식품들을 쏟아낸다. 일단 비닐포장에 들어있는 건 한 번 눈 감는다 쳐도 내용물까지 비닐, 비닐, 비닐이다. 맛이야 기똥차더라도 성분을 보면 유화제, 합성착향료, 보존제 등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이쯤 되면 비닐 때문이 아니라 무병장수의 꿈으로라도 걸러진다.
아날로그 살림살이에서 발췌
이 책은 저자 이세미씨가 어떠한 고민과 사유 끝에 일상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살림살이들을 골랐는지 그 생각의 흐름을 세심하게 보여줍니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철학이 책 곳곳에 녹아있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그동안 어떤 기준으로 제 곁에 둘 물건들을 골라왔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던 시절, 제가 물건을 구매할 때 따지는 제1순위는 바로 가성비였습니다. 저렴하게 사서 철 지나면 버렸던 값싼 옷들, 1+1을 내세우며 판매하는 식품들, 싼 맛에 쓰다가 쉽게 버리면 된다는 생각에 사들였던 각종 플라스틱 용품들까지요.
하지만 이젠 이런 물건들이 정말로 가성비가 좋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싼 맛에 구매한 물건들은 꼭 뒤탈이 있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부실한 기능 탓에 사용하는 내내 불쾌함을 느끼기 일쑤였고, 결국 대청소의 날이 찾아올 때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버려졌습니다. 버려진 물건들은 쓰레기 매립지로 직행했을 테고요.
그저 저렴하다는 이유로 제 일상에 성급히 들인 물건들은, 환경오염과 불편한 사용경험이라는 대가를 꼭 치르게 하더라고요.
■ 내 곁에 둘 물건에 대해 고민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인 이세미 씨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보게 되더라고요. 환경, 건강에 대한 치열한 사유 끝에 자신이 직접 고른 물건들과 함께하는 삶. 그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제가 살아가는 공간을 가꿀 수 있고, 그 안에서 제가 사용할 물건들을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살아가는 공간과 제가 사용하는 물건들 또한 저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제는 압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 품질이 떨어지는 잡동사니로 가득했던 제 방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제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난잡한 방 안에서 살아가며 항상 심난하고 불쾌한 느낌을 감내해야만 했던 것 또한 바로 저였습니다.
일상생활이 주는 타성에 빠져들면 어느새 내가 살아가는 공간, 내가 사용하는 물건, 그리고 그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기 쉬워집니다. 이세미 씨의 아날로그 살림을 읽고 나서 제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제가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그리고 제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 늘 인식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불쾌함들이 누적되어 저에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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