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점심 도시락을 챙겨서 다닌 지 벌써 3년이나 됐어요. 사실 점심 '도시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 챙겨서 다닌 건 최근 1년 사이의 일이고, 그 전에는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과일 위주로 준비했었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구내식당은 제법 크고, 음식 퀄리티도 좋은 편이지만, 3년이 넘도록 계속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 점심 도시락 : 잡동사니를 덜어내려는 나름의 노력
얼마 전에 제가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를 리뷰했던 것, 혹시 기억하시나요? 미니멀리스트 에리카 라인이 집필한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는 물질적인 영역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 정서적인 영역에서도 실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즉, 물질적인 잡동사니만 비우는 게 아니라, 정신적-정서적 잡동사니도 우리 일상에서 모두 비워내야 해요.
정신적인 잡동사니(끊임없이 밀려드는 정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계속 일하는 것,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들)와 정서적 잡동사니(비교의식, 피해의식, 열등감, 부정적인 생각)는 물질적인 잡동사니 못지않게 우리의 일상을 번잡하게 한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모두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장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제게 마치 업무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업무에 대한 정보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고, 직장동료나 상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만 했고요.
물론 점심식사 시간은 회사원에게 있어 직장동료 및 상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업무상 긴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유용한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제게 혼자만의 점심식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상 정보(정신적 잡동사니)의 흐름을 한번 끊어내 주면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 부정적인 생각들(정서적 잡동사니)를 비워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준비하며 혼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 점심 도시락, 이번 주 메뉴 정하기
도시락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단연 메뉴 선정의 까다로움과 아침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치 메뉴를 미리 계획해보기도 했지만, 다양한 한식 위주의 반찬을 아침에 챙긴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미리 만들어둔 반찬은 잘 먹지 않는 이상한 경향이 있어서요-.-;;
이번 주에는 일주일치 먹을 쌀 식빵을 미리 만들어두고, 아침마다 샐러드, 삶은 계란, 잼, 커피를 항상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샐러드 드레싱만 바꿔줘도 메뉴가 바뀐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점심식사 때 저 스스로 직접 만든 빵을 먹는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높고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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