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고 처음엔 냉장고도 없이 생활했습니다. 부모님께선 그런 자식이 안타까우셨는지(?) 냉장고를 보내주셨어요. 덕택에 지금은 과일이나 채소, 밑반찬 같은 것들을 시원하게 보관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몹시 마음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본가를 다녀오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집 안의 두꺼비집을 내려놓고 나갔어요. 냉장고가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먹고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보니 당연하지만 냉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야채칸 안에 넣어두었던 토마토 2개와 냉동실 안에 얼려두었던 베이글 2개는 먹을 수 없게 상해있었습니다. 제가 자취하고 처음으로 만들어 낸 음식물 쓰레기였어요.
게다가 어머니께서 제 식사를 걱정하면서 장조림을 만들어주셨었는데, 무더운 날씨에 본가에서 자취집까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 + 냉기가 없는 냉장고의 콤보로 인해 장조림이 모두 상해버렸어요. 어머니께서 저를 생각하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마음에 만들어주신 장조림인데,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상해서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너무 무겁고 괴로웠어요.
사실 올 초 문제의식을 지니고 실천해보려 했던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 해보는 독립에 자취를 이유로 어느새 제 안에서 저만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나니, 이젠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어요.
냉장고가 있으니 없을 때보다는 일상의 퀄리티가 확연히 높아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저 혼자서 소비할 수 없을 양의 음식을 쟁여놓으려는 마음 또한 싹트더라고요. 거기에 이번처럼 관리까지 소홀히 하면 멀쩡한 음식들을 다 썩혀서 내버리게 되고요.
저는 의지도 강하지 못하고, 현실의 편리함을 위해 쉽게 타협하는 부족함 많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냉장고 안에는 제가 혼자서도 충분히 소모할 수 있는 만큼만 보관해두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주방의 캐비넷을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네요. 보관기간이 긴 파스타 면이나 유리병 소스같은 것들을 보관하는데 정말 유용해요!) 괜히 썩혀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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