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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련 이슈들/환경보호실천일기

내가 캡슐 커피머신을 처분한 이유

■ 커피 생활에 찾아온 변화

블로그를 시작하고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한 가지는 바로 드립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작년 초 저는 홈카페라고 하는 것에 푹 빠져버렸고, 집에서도 쉽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 일리 캡슐 커피머신을 들였었답니다.

 

하지만 올해 블로그 이웃분들의 포스팅을 통해 커피를 드립이나 모카포트로 내려먹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두 달여간 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맛도 그렇지만 관리와 청소 측면에서 너무 편리하더라고요. 두 달간 캡슐 커피머신을 쓰지 않아도 커피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사실에 슬슬 일리 캡슐 커피머신을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늘 처분하였습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일리 캡슐커피머신

 

 

사실 애착을 지니고 멀쩡히 잘 사용하던 물건이었기에 처분한다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분을 결정하기까지 무려 두 달이라는 시간을 고민했고요. 하지만 캡슐커피머신은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바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매번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물건과는 달리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제가 중고판매나 나눔이 아닌 처분을 결정한 이유였답니다.

 

올해부터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관심을 지니고 직접 스스로를 바꿔나가기로 마음먹었기에 캡슐커피머신과 작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굳어지더라고요. 

 

그동안 함께했던 일리 캡슐커피머신의 마지막 모습

 

■ 내가 캡슐커피머신을 처분한 이유

-이유 1: 커피 캡슐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캡슐 커피머신에서 사용하는 캡슐은 보통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혼합재질로 만들어지며, 안에 커피가루가 남아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요새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활용 캡슐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캡슐을 쓰려면 원두를 직접 갈아서, 탬핑하고, 물에 젖은 원두가루를 다시 파내서, 세척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제가 캡슐커피머신을 사용했던 가장 큰 이유는 편리성이었습니다. 편리성을 느낄 수 없다면 구태여 캡슐커피머신을 사용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이는 이유 3과 연결됩니다.)

 

(*네스프레소의 경우 캡슐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D)

 

-이유 2: 원두 선택의 다양성이 없다

캡슐 커피머신은 원두 선택의 다양성이 없습니다. 요새는 다양한 원두 캡슐이 제공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빈을 직접 구매하여 즐기는 것보다는 다양성이 떨어지더라고요. 캡슐커피머신을 한번 들이게 되면 그 브랜드의 이름이 붙은 원두만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캡슐커피도 산패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며 금방 맛이 변하더라고요. 원두를 제가 먹을 만큼 소량만 구매하여 직접 갈아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유 3: 소형 가전제품을 관리하는데 시간-공간-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알기 전, 저는 나만의 홈카페를 꾸리는 것에 푹 빠져 주방용 소형 가전제품을 꽤 많이 구매했었어요. 토스터, 파니니 프레스기, 캡슐커피머신, 우유 스팀기, 커피 그라인더, 푸드 프로세서... 모두 홈카페에 대한 제 로망을 채워주었고, 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제가 편하게 홈카페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고요.

 

그런데 이것들이 사실 알고보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소형 가전제품들은 순간적인 편리함을 제공하는 대신, 보관-관리-세척이라는 영역에서 저의 시간-공간-에너지를 빼앗았습니다.

 

 

캡슐커피머신의 마지막 모습

 

 

토스트기 내부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면봉 끼운 나무젓가락으로 밀어내면서, 고작 한번 썼을 뿐인데 치즈가 눌어붙은 파니니 프레스기를 코팅에 흠집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닦아내면서, 우유 스팀기로 우유 거품을 만든 후 기계가 물에 젖지 않도록 안쪽만 닦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커피 그라인더에 끼인 원두가루를 제거하기 위해 별도의 브러시를 사용하고 이 브러시를 또 세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경험하면서, 푸드프로세스의 아찔한 부속품들을 대체 어디다 보관해야하는 지 고민하면서, 저는 소형 가전제품이 과연 편리한 것이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캡슐커피머신도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면서 늘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물통은 늘 바싹 말려서 보관해야 하고, (그럼 물통이 저렇게 커야 할 이유가....?) 캡슐 보관함을 열어서 쌓여있는 캡슐들을 버린 후 항상 설거지해야 하고, 또 기계 내부 세척을 위해 주기적으로 내부를 닦아줘야 했고요.

 

 

■  나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예전에 사두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게 된 물건들을 처분할 때마다 항상 돈과 환경의 측면에서 반성하게 됩니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다 결국 비우게 될 물건들을, 왜 그 당시에는 당장 안사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굴면서 사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에 따라 소비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 경우에는 이게 있으면 나의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비워 내다 보면, 오히려 이 물건 때문에 내가 그동안 불편함을 느껴왔으며 환경오염까지 초래했다는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물건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첫 모습에만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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